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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입법 선진화 미국 사례를 듣는다-메리 메자넥 미국 의회조사처(CRS)처장 인터뷰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03 16:09

수정 2013.11.03 16:09

"미국 의회는 청문회에서 기업인 뿐만 아니라 민간인도 증인으로 채택하지만 어젠다(의제)설정부터 증언, 질의 응답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미국 의회조사처(CRS) 메리 메자넥 처장(사진)은 지난 1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최근 국회가 국정감사에 200여명이 넘는 기업인을 증인으로 채택하면서 '기업국감'이라는 오명을 쓴 것과 관련, 미국 의회 국정감사에도 '보여주기'식의 기업인 증인 채택이 있는지의 질문에 대한 메리 처장의 대답이다.

미국 의회도 금융위기, 역외탈세 등 굵직한 현안이 발생하면 청문회를 통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등 기업인을 소환한다. 즉, 증인 채택에는 기업인, 민간인 등 예외가 없지만 절차적인 정도를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풀이된다. CEO가 2~4시간을 기다려 평균 5분 내외의 답변을 하는 비생산적인 한국형 기업국감은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미국 의회는 감사기능이 있지만 기능은 제한적"이라면서 "의회직속기구(GAO)가 국정감사를 하며 의회는 필요한 사안에 한해 청문회 제도를 연다"고 부연했다.

메리 처장은 100여년 역사를 지닌 미국 의회의 '공식적인 싱크탱크'인 의회조사처(CRS)를 이끄는 수장으로 국회 입법조사처가 해외 17개국과 한 데 모여 의회조사기구 경험을 공유하고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세미나를 개최하자 기조연설을 위해 처음 한국을 찾았다. 다음은 메리 처장과의 일문일답.

―CRS의 기능과 역할은 무엇인가.

▲CRS는 전문성과 비당파성, 객관석, 기밀성을 지키는 보고서를 제공해 전 입법과정에서 의회를 지원하고 있다. 또 초선의원의 경우 의회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업무 이해도를 높여주기도 한다. 이외에도 연례 분석보고서와 대면보고, 기밀메모와 브리핑, 전화회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임무를 띠고 있다. 의원을 위한 세미나, 워크숍을 열어 현재 의원이 집중하고 있는 주제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CRS 직무수행원칙 가운데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CRS 조사업무는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객관적인 보고서를 내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성향에 좌우되는 사람은 CRS에 적합하지 않다.

CRS는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한 사안에 필요한 모든 전문가를 한 데 모아 그 사안에 대해 다양한 시각으로 충분히 논의하고 보고서를 어떻게 쓸 것인지 생각한다. 또 보고서는 4가지 검토과정을 거친다. 동료평가, 팀평가, 부서평가를 거쳐 마지막으로 처장에게 전달된다. 처장과 4명의 전문가는 보고서에서 편향된 단어나 문구가 없는 지, 즉 중립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검토한다.

―올해 한국에서는 국회의 규제법안 남발로 인한 '입법과잉' 비판이 거셌다. 미국 의회는 어떤가.

▲중요하지 않은 법안 발의란 없다. 미국도 법안발의 숫자가 많은데 이는 의원과 선거구민에게 해당 법안이 중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법안 발의 후 위원회를 거치거나 수정(마크업·mark-up)이 필요할 경우 수정을 거치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그 과정을 통과하는 법 자체가 많지는 않다. 예컨대 농수산품 문제 등 분야별로 룰을 규정해 법안 발의를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의회의 국정감사에도 기업인들을 보여주기식으로 부르는 사례가 있는가.

▲미국 의회의 감사 기능은 제한적이다. GAO에서 한국의 국정감사와 같은 감사를 벌이고 의회는 현안이 생기거나 큰 예산을 소요하는 사안이 있을 시 감사를 벌인다. 증인채택도 진행된다. 사안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람부터 기업증인, 공공분야 파트너, 외국인 기업, 민간인까지도 증인으로 채택된다. 하지만 어젠다 설정부터 증언, 질의 응답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CRS를 벤치마킹한 국회 입법조사처(NARS)와의 교류는 자주 이뤄지고 있나.

▲CRS는 외부기관과 공식적인 관계를 맺지는 않지만 비공식적으로 국회 입법조사처와 활발한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해 겨울 고현욱 처장이 CRS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오늘의 세미나까지 오게 됐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공통의 직면과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이 훌륭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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